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늦은 오후,
호박밭 사이로 사랑스런 은채가 걸어가요.
바람은 살랑살랑,
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햇살에 반짝이고
작은 손엔 들꽃 한 송이가 들려 있어요.
은채는 호박 옆에 쪼그려 앉아
조용히 얼굴을 기대요.
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해요.
“안녕, 호박아.
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야.
너도 그렇게 느껴지지?”
커다란 호박은 말이 없지만,
은채는 그 조용함 속에서
따뜻한 대답을 듣는 듯 미소 지어요.
“오늘은 할머니랑 쿠키를 만들었어.
조금 탔지만… 그래도 맛있었어.
너도 한 입 먹고 싶지?”
은채는 호박을 꼭 안고
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줘요.
“내가 자라면 말이야,
이 호박을 마법의 수레로 만들 거야.
밤하늘을 날아서 별나라에 가는 거야.
너랑 나, 둘이서.”
바람이 살짝 불어와
호박잎이 손을 흔들 듯 흔들려요.
은채의 뺨엔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,
세상이 잠깐 멈춘 것처럼 조용해져요.
그림은 그 순간을 담고 있어요.
말없이 기대어 있는 은채,
그리고 곁을 지켜주는 커다란 호박.
이 평범한 오후는
은채의 마음속에
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요.
사랑이란 건
꼭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.
이 조용한 호박밭처럼요.
다음에도 또 와서 이야기할 거야.
내 비밀 친구, 고마워.